Tuesday, July 8, 2014

로렌스 서머스 특별기고 ‘일자리는 미래 최대 난제’

  • By Lawrence H. Summers

Lincoln Agnew
지금까지 수 천 년동안 강조돼 온 중대한 경제적 난제는 부족(scarcity)현상이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생산되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해 모두가 자기몫을 가지게 하는 게 문제였다.
이제 문제는 달라졌다. 일례로 미국에는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보다 비만인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닥칠 것의 전조일 뿐이다. 미래의 경제난제는 충분히 생산하는데 있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는데 있다.
지난 100년간 농업분야에서는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농업분야에 고용된 미국인 근로자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 이상 감소해 1~2% 수준이다. 왜일까? 농업생산성이 극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이 넘쳐나는데도, 기계화 덕분에 농업분야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수천만 인구가 제조업이나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남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연방정부가 지출한 돈은 1,000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세계적으로는 아직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미국 농업분야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제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는게 아니라 한때 농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경제부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기업가이자 투자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마크 안드리센의 표현대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수는 장애인연금 수령자의 수와 맞먹을 정도다. 일각에선 제조업의 부흥을 염원하기도 하며, 실제로 향후 몇 년 사이에 제조업 인력이 증가할 거라고 기대할 만한 이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 추세는 바꿀 수 없을 뿐더러 이는 거의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농업분야에서 목도한대로 기술의 발전은 이전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것을 생산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경쟁력 강화 면에서 다른 나라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는 중국조차 지난 20년간 제조업 인력이 감소해왔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로봇공학과 3D 프린팅 기술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어떤가? 다음 세대에는 택시에 운전사가 없을 것이며, 계산대는 전부 자동화될 것이고, 고객센터에서 처리하는 일은 모두 음성인식기술로 처리될 것이다. 일상적인 뉴스 기사는 로봇이 쓸 것이며, 카운셀링도 프로그램화된 전문 시스템이 대신해 줄 것이고, 금융 정보 분석도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담당할 것이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수십만명을 가르치게 될 것이며 숙제는 학생 개인별 강점과 약점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내 줄 것이다.
농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생산성 증대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혁명이 미칠 파급효과가 과거 농업 혁명보다 더 지대할 거라고 믿을 이유는 많다.
소프트웨어 혁명은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넓은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업분야를 떠난 근로자들은 제조업이나 서비스 부문의 다양한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문보다 일자리를 없애는 부문이 더 많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어디에나 적용된다는 건 소프트웨어 혁명으로 생겨나는 업계와 일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VCR이 극장업계에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는 주요 일자리 창출 사업자란 설명을 들었던 게 결코 오래전 얘기가 아니다.
고용시장에 일고 있는 근심스러운 추세
일자리 문제는 이미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미국 25~54세 남성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 연령층은 당연히 직업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고찰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약 50년 전만해도 이 나이대 남성 20명 중 실직자는 1명 꼴이었다. 그때 이후 노동인구는 훨씬 건강해졌고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실제로 향후 두 세대 동안 일어날 일 가운데서 교육수준의 향상만큼 놀라운 진전을 보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갈 경우 25~54세 남성 중 6명에 1명 꼴로 실직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Bloomberg News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다음 세대에는 어느 때고 중년 남성의 4분의 1이 실직자가 된다. 이는 남성 절반 이상이 한창 일할 나이에 1년 이상 실직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같은 실직 기간을 보낸 이들에게 고용시장이 다시 일자리를 제공할 확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파악된 바 없지만, 1930년대 대공황 때문에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던 남성들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근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서 어려움은 소득과 구매력, 그리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글래드스톤 수상과 비스마르크 수상, 두 명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변모시켰다. 정보화 시대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들이 펼쳤던 것과 같은 경제정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로렌스 서머스는 하버드대 찰스 W. 엘리엇 교수이자 전 미 재무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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