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8, 2013

단테 [신곡]의 비밀, 그 내면 속으로 : Inferno by Dan Brown 총정리 서평



꼬빡 두 주가 걸렸다.
회사일도 그렇고, 퇴근후 육아로 인해 아내와 티격태격하며 얻은 시간 짬짬이 읽고 생각하며 그렇게 두 주가 걸렸다.

역시 댄 브라운. 이 아저씨는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항상 두터운 역사 지식과 미술작품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랭던 교수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쫓고 쫓기는 긴박감으로 펼쳐진 이야기 보따리이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많은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이야기의 시작.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단테 신곡에 있는 구절이며, 소설 속 악의 축인 '조브리스트'가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인 '신스키' 박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굳이 의미를 보자면, 책 후미에 나와 있듯이 '위기의 시대에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없다'의 의미가 되겠다.

이야기의 발단에 대한 그림.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증가한 현재의 모습.



조브리스트는 이야기 초기 자살을 통해 모습을 시종일관 드러내지 않는 자이며, 그를 위해 행동을 시행할 대리인들을 두었다. 인류의 무한증식 인구에 대한 비관적인 천재 과학자이며, 18세기 이후 인구의 무한증식으로 언젠가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스스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인구 증가를 막고자 사건을 꾸미고 랭던 교수가 그것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 소설 속 이야기의 뼈대이다.



이 어두운 동굴이 나의 망명지.


하지만 여기서조차 나는 나를 쫓는 무지한 중생들의 발소리를 느낀다. 나를 방해하려는 헛수고를 잠시도 멈추려 하지 않는 자들이다. /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부디 용서해 달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는 무지가 용서의 빌미로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오직 지혜만이 용서의 권능을 가지는 순간이.


(더 이상의 내용 공개는 Spoiler가 되기 때문에 다른 독자의 책읽는 재미를 위해 생략하고자 한다. ^^)



랭던 교수의 주요 탐색 여정은 다음과 같다.

크게 '피렌체 → 베네치아 → 이스탄불'의 여정으로 진행이 되며, 피렌체에서의 주요 사건 발생과 이에 대한 인지를 하고, 누군가로부터 계속 쫓겨 다니며, 사건 단서의 탐색을 위해서 베네치아를 방문, 마지막 악의 계획을 막기 위해 이스탄불로 향하는 여정을 갖고 있다.


우선 이야기의 시작부문에서 랭던이 확인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를 보면, 이는 단테의 '신곡'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며, 각 단계별 각 죄목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공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라샤테 오녜 스페란차, 보이 켄트라테.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보티첼리, 지옥의 지도>




이 지도에서 단계별 Initial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Cerca Trova다. ‘구하다'와 ‘찾다'의 의미. 이 두 단어를 하나의 구로 묶어서 ‘케르카 트로바'라고 하면 성경에 나오는 그 유명한 경구, ‘구하라, 그리하면 찾을 것이요'라는 말과 똑같아 지는 셈이다.


여기서 바로 탐색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케르카 트로바'가 아래 그림에도 보인다고 한다. 조르조 바사리의 작품 '마르시아노 전투'인데, 가운데 윗부분 깃발에 이 문구가 조그맣게 삽입이 되어 있다고 한다.


<조르조 바사리, 마르시아노 전투>



랭던 교수가 누군가에게 쫓기며 도망치는 행로 중 나온 바사리 통로와 출구.


<Corridor Vasari>
File:Corridoio vasariano da uffizi.JPG

<Buontalenti 동굴>
- 16세기 조각가 '부온탈렌티'가 보볼리 정원 안에 만든 gurota (인공동굴)
- 바사리 통로의 남쪽 출구
File:Firenze-boboligrotta2.jpg

이야기 중 악의 세력인 '조브리스트'의 논리는 간단하다.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한 후 인구의 반 가까이가 죽으며 자동 정리되었고, 이로인해 찬란한 '르네상스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
'솎아내기'는 신이 정한 자연법칙이다. /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흑사병 이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르네상스.

<Plague Mask (흑사병 마스크)>
-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의사들이 쓰고 다녔던 마스크
- 호흡기를 통한 감염을 우려해서 환자와의 거리를 두기 위해 부리모양의 돌출 형태로 되어 있으며, 지팡이는 환자의 피부를 보기 위해 들추어 보는 용도였다고 전해짐


<단테의 Death Mask>
- 소설의 이야기 전개에 핵심 단서가 됨
- 랭던 교수는 마스크 뒷면에 조브리스트가 적은 글귀를 해석하며 여정을 시작함

'진실은 오로지 죽음의 눈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의 해답.


<Palazzo Vecchio>


베키오 궁전 안에 있는 500인의 방 오른 편 벽면에 위에서 본 조르조 바사리의 작품 '마르시아노 전투'가 그려져 있다.

<Palazzo Vecchio 내부 500인의 방>

<San Giovanni 세례당>

그리고, 입구에 있는 '천국의 문'.


여기서 단서를 찾아 이제 베네치아로 이동하는 랭던 교수.

베네치아에서 탄 곤돌라의 장식

<Ferro Di Pruna>

베네치아의 상징으로 곤돌라에서 금속으로 된 유일한 부분으로 낫 모양. 특유의 곡선은 대운하를, 여섯개의 톱니는 베네치아의 여섯 구를, 타원형의 칼날은 베네치아 총독의 모자를 상징한다.




<San Marco 광장과 대성당>

건축학의 개념으로 볼 때 '대성당(basilica)'이라는 단어는 유럽 혹은 서방 세계에 건축된 동방, 즉 비잔틴 양식의 교회를 의미한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유스티니아누스의 성 사도 성당을 모방한 산 마르코 대성당은 그 양식이 너무나 동양적이라 안내책자에서 터키의 사원에 가보고 싶으면 이 대성당을 보라고 추천할 정도다. 터키의 사원들은 대부분 비잔틴 시대에는 성당이었다가 훗날 이슬람 성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성당 입구의 말 조각상>

"말들의 머리를 자르고 장님의 뼈를 빼낸 베니치아의 변절한 총독을 찾으라."

이 지시문의 대상이 되는 말 조각상들이다.


책에서 이 대성당 입구의 말 조각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중세의 왕들이 전마(戰馬)로 가장 총애하던 말이 바로 이 품종이었으며, 근래 들어서야 간신히 멸종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에쿠우스 로부스투스(Equus Robustus)로 알려졌던 품종으로, 요즘은 고향인 네덜란드의 프리슬란트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프리지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곳은 탁월한 예술가 M.C.에셔의 고향이기도 하다.
구리로 된 이 네 필의 말 조각상은 4세기경 키오스 섬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그리스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후 테오도시우스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베네치아의 총독이 이 소중한 조각상을 자신의 도시로 옮겨 가라고 지시했는데, 당시만 해도 이 조각품의 엄청난 무게와 크기 때문에 배로 그 먼 거리를 운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곡절 끝에 이 말들은 결국 1254년 베네치아에 도착해 산 마르코 대성당에 설치되었다. 그로부터 거의 5백년이 지난 1797년, 이번에는 베네치아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이 조각품에 눈독을 들였다. 말들은 파리로 옮겨서 개선문 꼭대기를 장식했다. 그 후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망명길에 오르면서, 결국 1815년에 개선문을 내려와 거대한 바지선에 실린 이 조각품은 베네치아로 돌아와 지금가지 산 마르코 대성당의 발코니를 지키고 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베네치아로 운반될 당시 수송의 편의를 위해 머리를 잘랐다가 다시 붙인 흔적을 감추기 위해, 1204년에 이 말들의 목에 장식을 빙자한 마구(馬具)가 추가되었다.

<귀스타브 도레, 십자군을 선동하는 단돌로>



<엔리코 단돌로>

이 사람의 무덤을 찾으러 이스탄불로 가게 된다.




Istanbul


<성 소피아 성당>
'금박 입힌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의 장소 하기아 소피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다른 성전과 마찬가지로, 하기아 소피아의 이 어마어마한 크기는 두가지 목적을 띠고 있다. 하나는 인간이 신을 경배하기 위해 이 정도의 정성을 쏟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자들에 대한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을 최대한 위압적으로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자아의 보잘 것 없음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전통은 신과 성인의 사실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반면, 이슬람의 전통은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서예와 기하학적인 패턴에 초점을 맞춘다. 이슬람의 전통은 오로지 신만이 생명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신이든 인간이든 심지어는 짐승 조차도 생명의 이미지를 창조할 처지가 못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슬람 세계의 미켈란젤로라면 절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하나님의 얼굴을 그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 대신 하나님의 이름을 써 놓았겠지요. 하나님의 얼굴을 묘사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짓으로 간주되었으니까요. 기독교와 이슬람은 둘다 로고스 중심주의, 즉 '말씀'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독교의 전통을 따를 때 요한복음에서 '말씀'은 곧 육신이 되지요.(요한복음 1:14) 따라서 기독교에서는 '말씀'을 인간의 형태로 묘사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슬람 전통에서 '말씀'은 육신이 되지 않아요. 따라서 '말씀'은 '글자'의 형태로 남아 있어야 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이슬람에서는 거룩한 인물들의 이름을 서예의 형태로 표현하게 되는 겁니다."

(내부)


<예레바탄 지하궁전>


<메듀사의 머리>


<단돌로 무덤>

이곳에서 이야기의 마지막이 진행된다. 바이러스는 퍼졌을까? 또 이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입기 근질거리지만, 책을 읽는 이들의 즐거움을 뺏기 싫어서 그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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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소설 속 발췌문.

1.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사이의 모순 / 이성과 감정의 해묵은 싸움 / 알코올중독자가 한 잔의 술을 바라보며 머리로는 저걸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그 한잔의 술이 가져다줄 위안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이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자책하지 마라. 신들조차 갈등을 느끼니까.


2. 친애하는 친구여, 내가 길을 찾도록 도와주어서 고맙소. 세상도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오. (단테 「신곡」앞머리에 육필로)


3. 뱀 한마리가 막대기를 휘감은 형상.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 카두세우스-뱀 두마리 위쪽에 날개


4. 나는 그림자다. 땅 속으로 쫓겨 간 나는 이렇게 깊은 곳에서 세상을 향해 말할 수밖에 없다.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석호에 붉은 핏물이 고이는 이 어두운 동굴이 나의 망명지니까. 하지만 여기는 나의 천국이며...내 연약한 아이의 완벽한 자궁이다. 인페르노.


5. 귀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키스>

6. 멘다키움. 거짓말을 듯하는 라틴어. 온갖 허위와 날조를 주관하는 거짓의 수호신(그리스신화)


7. 아잔(adhan). 이슬람교에서 신도에게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

8. 라일라하 일랄라. 알라 외에다른 신은 없다.




9.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폐허가 된 바닷가 도시의 황량한 풍경을 그린 부뤼헐의 작품 「죽음의 승리」.


10. '이제 모든 망설임과 이별해야 한다.'


11. 이곳, 이날로부터 세상은 영원히 변했노라.


12. 과거의 결정이 현재를 설계한다.


13. 랭던은 ‘아가투시아'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라틴어 지식을 총동원해서 나름대로 추측해 보았다. 이내 ‘아가토스(agathos)’와 ‘투시아(thusia)’라는 두 개의 라틴어 어원이 떠올랐다. ‘좋은 희생' ‘공공의 선을 위한 자기 희생'이라는 뜻. 흔히 말하는 ‘이타적 자살'과 비슷한 개념.


14. 이른바 분절화는 컨소시엄의 성공을 좌우하는 시금석이었다. '오로지 너 자신의 임무만 알라. 아무것도 공유하지 말라.'


15. 3월의 아침 공기는 차갑고 건조해서, 막 언덕 너머 고개를 내민 햇살의 스펙트럼을 한껏 증폭시켜주었다. '화가의 빛.' 사란들은 이 빛을 그렇게 불렀다.


16. 오늘 밤을 기억하라. 오늘이 영원의 시작이니. 단테가 한 말.


17. '그는 영생을 얻었다.' 랭던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명성'에 대한 견해가 떠올렸다. '사람들이 그대의 이름을 이야기 하는 한, 그대는 결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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